크립토 겨울을 잘 버틸 수 있을까? 블록체인닷컴(Blockchain.com)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록체인닷컴은 2011년 창립한 기업으로 가상 자산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SaaS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Bitcoin: A-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과 함께 블록체인의 개념이 정립됐는데, 블록체인닷컴은 2011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으니 정말 미래를 보고 뛰어든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하지 않았던 분들은 2017년 한국에 몰아친 '비트코인 광풍'과 유시민 작가의 뉴스룸 장면 때문에 블록체인을 알았던 분들이 많다. 국내에선 많은 사람들이 투자가 아닌 투기 수단으로 활용하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블록체인닷컴은 비트코인 거래를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블록 탐색기'로 시작했다.

블록 탐색기는 블록체인을 위한 검색 엔진이라고 보면 되는데 블록, 주소, 트랜잭션, 온체인 데이터 등을 통해 비트코인을 확인, 검증할 수 있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을 간단히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블록'이라는 건 여러 데이터들이 사슬 형태로 연결되어 형성된 분산 데이터 저장 환경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블록에P2P 방식을 활용해 관리 대상 데이터를 저장하여 변경 발생 시 누구나 결과를 볼 수 있고 임의로 수정할 수 없도록 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기존 전자화폐를 통해 거래할 경우, 중앙 서버에 거래 기록이 보관되는 것과 달리 블록체인은 모두에게 거래 기록이 공개되고 서로 비교해 위조를 막는 시스템이다. 어려운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이후 블록체인닷컴은 2013년 암호화폐 정보 서비스, 암호화폐 지갑 플랫폼을 출시했는데 230만 명이 지갑을 활용하며 2014년까지 가장 인기 있는 비트코인 지갑이었다.

지갑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암호화폐 가격 책정 앱 제로 블록(Zeroblock)과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플랫폼 RTBTC를 인수하며 암호화폐 지갑, 가격 책정 및 분석, 탐색기 서비스를 하나의 번들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덕분에 블록체인닷컴은 2014년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3,050만 달러를 받는데 성공했는데 이 금액은 당시 디지털 통화 부분에서 가장 큰 투자금액이었다. 2016년엔 세계 경제 포럼에서 '기술 개척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 암호화폐 기관 판매 시작,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를 출시했다. 40여 개의 디지털 통화와 75개의 거래 쌍을 지원하며 암호화폐를 무제한으로 입금할 수는 있으나 인증 레벨에 따라 출금 한도가 정해진다.

출시 후 2년 만에 사용자는 무려 3,100만 명, 지갑은 6,500만 개나 발행되는 등 암호화폐 시장의 선두 기업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그 덕분에 2021년 기업가치 52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총 4억 9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으며 2022년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40억 달러를 인정받아 '데카콘'이 됐다.

아쉬운 점은 시리즈 D 라운드에서 받은 투자 금액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는데 단순 계산으로 기업가치 52억 달러에 4억 9천만 달러니 약 13억 1,700만 달러 정도를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블록체인닷컴에게도 역시나 악재가 발생했다.

악재는 크게 두 가지, 크립토 겨울과 3AC(쓰리애로우 캐피탈)의 파산이다.

크립토 겨울은 가상 자산 시장에서 전년 최고점 대비 최소 50% 이상 하락세가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장기 하락장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21년 11월 7,500만 원을 찍고 난 이후 계속 하락하기 시작해 22년 12월엔 무려 2,085만 원을 찍으며 2년 전으로 회귀했다. 이런 하락세에서 거래량이 늘어날 리가 있는가? 얼어붙은 거래량은 기본 수수료 장사인 블록체인닷컴에도 타격을 입혔다.

그나마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를 승인하느냐, 마느냐의 이슈로 가격이 오르며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승인 이후 수익 전환을 위한 매도세가 뚜렷하게 이어지며 타격은 계속 이어질 듯하다.
두 번째 악재는 바로 22년 발생한 쓰리애로우 캐피탈(3AC)의 파산이다.
쓰리애로우의 파산은 바로 '테라-루나 코인' 사태 때문이다. 이 코인은 테라폼랩스라는 회사에서 발행했는데 그 회사의 대표는 한국인 권도형과 신현성이다. 이 사태를 매우 쉽게 설명하자면 개당 10만 원에 달하던 코인이 한순간에 1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내려간 사건이다. 이 사태의 피해 금액은 무려 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10조억 가량을 굴리던 쓰리애로우가 파산하면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블록체인닷컴은 내부 인력을 25% 감축하고 게임 및 NFT 분야의 M&A를 모두 중단했다.
이 과정으로 인해 블록체인닷컴의 기업 가치는 반 토막이 났고, 쓰리애로우 사태 때 25%의 인력 감축에 이어 추가로 직원 110여 명을 해고했다. 여기에 CEO와 임원들도 보수를 삭감했다.

최근 블록체인닷컴이 나이지리아, 터키 등 시장 진출을 위해 24년 1분기 직원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과연 이 기나긴 크립토 겨울을 벗어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